감겨져 있던 의식이 아침 햇살에 의해 서서히 떠올랐다. 꽉 닫은 창문 틈새로 세어 들어 오는 햇살은 집요하게 일어나라 재촉했고 이에 못 이겨 힘겹게 눈을 뜨자 허리 춤에 뭔가 묵직함이 느껴졌다. 허리를 감싸 앉은 팔을 확인하고는 슬쩍 몸을 틀어 빠져 나가려 하자, 이대로 놓아 줄 수 없다는 듯 팔의 주인은 더욱 단단히 팔에 힘을 주었다.
이 사람 깨어 있다. 언제부터 깨어 있는 건지 모르나, 아마 자신과 비슷하게 깬 듯 했다.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 없이 그저 더욱 강하게 자신 쪽으로 끌어 안았다. 일어 나기 싫다는 그의 행동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잠시만 이대로 있기로 했다.
이 시간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마지막 여유 정도는 사치를 부려도 되지 않을 까 하여 그대로 가만히 그의 품 안에서 마지막 아침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은 산 속 암자에서 시간을 보낸 지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작은 풀벌레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산새들의 지저귐은 ‘평화’라는 단어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지루할 정도로 조용한 이 곳에서 둘은 그저 ‘함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식사를 하고, 대련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는 소소한 일상을 보내었다. 허락 받은 단 일주일간의 짧은 휴식을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그걸로 만족했다.
이제 더 이상 여유를 부리면 안되기에,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조용히 자신의 손을 포개자 잠시 뒤에 서서히 팔이 풀리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일어나는 기척이 들리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미련을 가지면 안되기에 어지럽게 흩어진 이불 위에서 일어나 천천히 옷을 갖춰 입었다.
천과 천이 내는 마찰음만이 방안을 맴돌 뿐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옷을 걸치고 얼마 되지 않은 짐을 챙겨 조용히 방문을 나섰다. 주인들 덕분에 한동안 편안히 휴식을 취하던 말들은 이제 움직일 때가 된걸 아는지 짧게 머리를 흔들며 주인들을 반겼다.
토닥토닥 말의 목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이제 떠나야 한다는 걸 알리고, 훌쩍 말에 올라타자 여태 침묵을 지키던 그가 입을 열었다.
“유키무라.”
말의 고삐를 쥔 채 유키무라를 불러 세운 마사무네는 그를 응시 한 채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나와 오슈로 가자.”
바람이 불었다.
유키무라와 마사무네 사이에서 시작된 바람은 이윽고 숲 전체로 퍼져나가 나뭇잎을 흔들어 대며 작은 소음을 만들어 냈다. 짧은 침묵이 둘 사이에 잠시 있다 금세 사라졌다.
“그럼, 마사무네 공은 저와 함께 가실 수 있습니까?”
빙그레 웃으며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이미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 질문이었기에 유키무라의 미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히 NO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온 대답에 유키무라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 보십시오. 귀공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자신은 마사무네를 선택 할 수 없다.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소중한 사람들을 배신 할 수 없다. 이것은 마사무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테 마사무네’에겐 오슈의 필두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고, 코쥬로를 배신 할 수 없다.
‘사나다 유키무라’에겐 다케다가의 가신으로서 역할과 책임이 있고, 주군과 사스케를 배신 할 수 없다.
만약 무엇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상대방을 포기할 것이다. 그래야만 하고 당연히 그럴 것이다.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였고, 사실이었다. 그래서 알고 있었다. 무슨 대답을 할지 무슨 선택을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상처 입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최고가 될 수 없는 관계란 꽤나 담백한 관계였다. 무엇 하나 상대방에게 줄 수 없지만 그래도 단 하나, 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유키무라는 말의 고삐를 움켜 쥐며 말 머리를 틀어 마사무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포개었다. 조심스럽고 정중한 키스는 마사무네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으며, 눈을 한번 깜박이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 잔상만큼은 오래갔다.
“제 목숨만은 귀공의 것입니다.”
떨어진 입술 사이로 유키무라의 말이 나직히 흘러 내리자 마사무네 역시 미소 지으며 떨어진 입술을 다시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가볍게 입술이 닿는 것이 아닌 깊게 들이 마시며, 무방비로 벌어진 입안을 마음대로 들어가 분홍빛 혀를 툭툭 치며 유린하였다. 타액과 타액이 내는 물기 어린 소리가 이어지고 숨쉬기 곤란한 듯 살풋 미간이 찡그러진 유키무라의 표정을 눈치 채고는 그제서야 입을 떼었다. 불편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던 유키무라는 한숨과도 같은 숨을 길게 내쉬며 자세를 고쳐 앉아 마사무네를 내려보았다.
“그럼 다음엔 전장에서 보자고.”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훌쩍 말에 올라탄 그의 모습에 유키무라 역시 짧게 목 인사를 하며 말 머리를 돌렸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며, 그들은 뒤 돌아 보지 않았다.
그들에겐 아직 만나야 할 곳이 너무 많기에, 그렇게 그들의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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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안의 유키무라와 필두는 이렇습니다.
각자 서로에게 최고가 될수 없는 둘이랄까..
서로에게 짊어진 것이 있기에 선택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관계입니다만, 글로 표현하는건 여전히 어렵네요...orz
그러고보니 소우시도 그렇고 루루슈도 그렇고....
다들 소중한거와 좋아하는 건 엄연히 다른거 보니..제 취향은 이런가 봅니다
꺄 망했어~ ㅇ>-<